본문 바로가기
건축 일기/대리 일기

[대리일기] 이직시도와 마음다잡기-2

by Gnuz 2022. 10. 12.

(이어서)
오랜만에 이직을 준비하고 면접을 보니 아주 진이 다 빠졌다.
막상 면접을 보고 나니 싱숭생숭긴가민가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한테 연락이 와서 어땠냐고 물어보면 '글쎄.. 모르겠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말 그대로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당시에는 막 마음이 가는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고 잘 본 거 같지도 않고 그랬다.
일주일 후에 결과를 알려준다고 하여 기다리는 동안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결론적으로는 돼도 안 간다라고 생각했지만 연락이 와서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보니
기분이 또 상해버리네^^

안 가려는 첫 번째 이유는 실무진 면접을 볼 때 느꼈다.
생각보다 설계팀의 일하는 방식이 나와 맞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팀이더라. 사실 세움터도 BIM클라우드가 적용되는 마당에 한국의 건축사사무소도
그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관점인데, 우선 본인들이 변할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
특히 당 회사의 경우, 설계, 시공, 시행을 모두 하는 회사라 '오히려' 적용하여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존 구성원들이 그런 부분에서 보수적이더라.
보수적인 까닭에 본인의 작업방식에 큰 자부심이 느껴졌다. 아틀리에 출신을 우대한다던가, 그러한 경험에 대한 결과를 우대한다던가.. 면접관 본인도 아틀리에 출신이라서 세부적인 것에 강하다는 것을 어필하였는데, 솔직히 그런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디테일에 집착하여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 기존 건축사사무소의 큰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건축설계의 일이 인적자본에 집중되어 있어 결국 시간이 금이다.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닌 사업의 관점에서는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사서 하는 느낌의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본인들도 그렇게 시간을 빡세게 사용한다더라.

두 번째 이유는 멀었다.
멀어도 사실 회사 분위기나 조건이 좋으면 가려고 했지만 막상 가보니 현재의 직주근접을 포기할만하지는 않더라..

결국 떨어져서 고민의 가치도 없었다는 것이 슬펐다.
하지만 덕분에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안 그래도 이직을 하게 된다면 독일을 출국하려는 일정을 조금 미루려고 했다.
고민의 시간 동안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느꼈다.
또, 내 포트폴리오의 약점에 대해도 알았다.
지금 회사의 일정이 너무나도 꿀인데 이것을 이용하여 포트폴리오를 보완해야겠다.
그리고 강점을 만들어서 취업시장에서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야겠다.
다시 한번 절치부심!
현상 당선되고 싶습미다^_ㅠ

청계천,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