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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일기/대리 일기

[대리 일기] 그렇게 대리가 된다 #1

by Gnuz 2021. 4. 2.

0. 대리가 되었다.

 어제부터 새로운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진급했다. (군대 계급처럼 '가라'대리이다,.^^)

 

가설계 유료 입니다.. . 서울, 2021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남은 연차를 소진하여야 하기에

2주 동안 쉬면서 돌아다니며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1. 10대의 추억

 휴가를 가지고 첫 며칠은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있다 보니 두통이 왔다.

바로 고향에 가는 버스를 예약하고 아무 약속도 없이 서울을 떠났다.

나는 내 고향에서 10대의 전부를 이사 한번없이, 한 아파트에서 쭉 살았다.

아마 그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가정 중 하나일 것이다.

아버지와 점심을 먹고 집앞에 새로 생긴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라는 카페에 들려 커피를 테이크 아웃을 했다.

문을 나선 순간, 문득 내 발자취를 따라 가보고 싶었다.

 

 

교현동 성당 외관, 충주, 2021

 

 나는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어머니 뱃속부터 천주교 신자였다. 일주일에 반이상은 성당에서 지냈다.

신앙심이 생기기도 전에 내 성격과 습관은 천주교의 문화와 분위기가 물들어졌고 그 모든 것은 적벽돌의 색깔처럼

예스럽지만 따뜻한 기억으로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 

물론 사춘기를 지나며, 신앙에 대한 불신으로 냉담자가 되었지만 나에게 천주교의 성당이란 공간은 또 다른 어머니와 같다.

나를 가르치고 일어서게 만들고 언제나 기다려 주는 곳이다.

따뜻해지는 3월에 다시 따스함을 가지고 다음 장소로 떠났다.

 

 

교현동 성당 내부, 충주, 2021

 

  내가 나온 초등학교는 나뿐 아니라 우리 가족과 친척들까지 모두 다녔었고, 지금도 모두 그 주변에 지내고 있다.

초등학교 주변을 돌며 문방구에 들렸더니 역시 나의 성당 친구이자 대학교까지 같이 나온 E의 어머니가 장사를 하고 계셨다.

(E의 어머니인 루시아 아주머니는 우리 어머니의 친구이다..)

안부인사를 드리고 길을 나서는데, 친척이 보고싶어져 외가댁에 찾아갔다.

사실 아무런 마음이 없이 들린 것은 아니었다. 우리 가족에겐 작년 초,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모두에게 충격이었고, 곧바로 터진 코로나 바이러스는 슬픈 마음을 함께 치유하는데에 큰 장애물이 되었다.

명절에도 내려가지 못했고, 인사를 드리고 싶어 외갓댁 4 가족을 방문했다.

불쑥 찾아갔기에 죄송했다.

뜻밖에? 너무 고맙고 기특해 하셨다.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앞에서 나의 10대에 일주일의 반을 성당에 있었다면, 나머지 반은 외가댁의 농장에서 보냈다.

우리는 함께 추억을 쌓았고 가족의 의미를 배웠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며 추억을 애써 지웠고 가족은 멀리했다.

슬픔을 겪으며 과거를 자책했고, 탓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내 탓인 것을.

그러나, 이번에 만난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 하며, 내 탓이 아니라고 했다. 

그 누구의 탓도 아니라고.

 

교현초등학교, 충주, 2021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