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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일기/사원 일기

[사원 일기] 사직서 제출에 관하여

by Gnuz 2021. 3. 1.

금요일,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2월 한 달은 정신없이 보냈다.

원래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납품을 끝내어 드디어 한숨 돌리겠다 싶었지만,

노는 꼴을 못보는 회사는 나에게 지명입찰 건을 쥐어주었고 덕분에 얼마 있지도 않은 2월을

제안서에 쏟아부었다.

주말이면 포트폴리오와 이력서에 집중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고,

작은 사무실들에 지원을 하였다.

 

H브런치, 영등포, 2021

 

 이직 확정까지 대략 1주일이 걸린듯 하다.

결심은 1년, 조사 및 준비는 약 3개월, 확정은 1주일, 퇴사 고지 후 말다툼은 하루,

걸린 시간에 비해 결정과 결과가 빨랐던 탓인가.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회사는 그나마도 있던 정을 뚝뚝 떨어트려 주었다.

'네가 뭔데, 예의가 없다, 3개월 전에 고지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남은 연차를 쓸 수 있을 것 같냐, 너 당장 자를 거다'

미안함에 인수인계 미리 해놓고 퇴사 한 달 전에 고지하며 회사에 피해 안 가게 모두 준비해놨지만

서로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아, 앞의 멘트를 날린 모 이사에게 출근하는 화요일에 회의실을 잡으라고 토요일 밤 10시에 전화가 왔다.. 예의란..)

 

 지금까지 나의 일기에 존댓말로 써왔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최소한의 선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반말과 존댓말, 무엇이 선을 지키고 존중하는 가의 척도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서로가 조심하자는 이유도 있었다.

 

 이번 이직 사건을 계기로 나 혼자 선을 지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퇴사일까지 한 달 남았다. 다행히 연초라 연차가 2주가량 남아 출근도 2주 정도만 하면 될 것이다.

마음의 안정이 필요하다.